건강

소화기 내과 (3) 혈변으로 응급실, 대사성산증, 수혈, 소변줄

소냥 2021. 4. 18. 20:46

응급실에서 바이탈 측정을 하니, 혈압이 120/80 맥박수 140 체온 37.4도로 좋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래도 선혈변을 본 상태에서는 대장 출혈 가능성이 높은데 대장 내시경 결과가 이상이 없어서 좀 안심(방심)한 상태였고, 만약의 가능성이란게 있기 때문에 입원해서 소장 내시경을 빨리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잠시 복통이 잦아들어서 수분 보충을 하며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렸다. 그날따라 사람이 많아서인지 한시간이나 대기를 하다가 들어갔다.
혈액검사, 소변검사, x-ray, 심전도 검사를 하고 혈변이 있어서 추가로 직장수지검사를 하여 묻어나는 변에 실제로 피가 있는지 확인하였다......; 매우 당황스러웠지만 다행히 여성 의사에게 받도록 해주었다. 물론 검사 과정 중에 고통이 좀 따랐다.

끝나고 경환자 구역을 안내받아 앉아있었는데, 혈액검사결과가 매우 안좋다고 했다.
탈수가 아주 심한 상태라 대사성 산증이 왔다고 하면서 수액을 500ml씩 세번이나 콸콸 들이부었다.
들이부을때마다 정맥혈 검사가 들어갔는데, 세번째 부어도 혈압이 80/60에서 오르질 않고 대사성 산증이 교정이 되지 않아서 의사들이 심각하게 생각을 하고 다른 원인이 있는지 물어 왔다.
폐활량이 떨어지는걸 말했더니 더 심각했는지 그 이후로 다섯번이나 동맥혈을 채취당했다. (동맥혈 채취는 팔목에 바늘을 깊이 찔러 보통 한참동안 동맥을 찾아 바늘을 휘젓다가(...) 채취하는거라 할때마다 고통스럽다. 운이 나쁘면 실패할 수도 있다. ㅠㅠ)
마지막엔 염기성 수액을 들이부어 산증 교정에 성공했다..

RBC는 정상 범위인데, 점차 줄어드는 추세고 출혈점을 정확히 몰라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수혈을 하자고 했다. 혈액 은행에서 각종 감염성 질환 검사를 하고 오는 깨끗한 피이긴 하지만, 이식편대 숙주반응이 낮은 확률이더라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알더라도 지금 상황이 안좋다 하니 의료진의 의견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아무런 부작용이 없었다.

대체 이게 무슨일인가..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소변줄을 끼우자고 했다.
수액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나오는 양을 시간단위로 측정해야한다고 했다. 작게 신장도 문제 있을 수 있다는 말을 흘렸으나 제대로 듣지 못했고, 이것 때문에 차후에 크게 놀라는 일이 발생한다.

소변줄 끼우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웠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걷는데 그 불편함이란.... 당장이라도 빼고 싶었다. 앉아있어도 불편하고... 적응하는데 하루는 걸렸다. (친구가 소변보러 안가도되니 위안삼으라 해서 이렇게 불편한데 위안이 될 일인가? 했는데 적응하고 나니 편하긴 했다. 몸이 넘 안좋아서 화장실 왔다갔다 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 되니 특히 더...)

혈압도 너무 낮아서 계속 체크하러 오고... 어지러운게 당연한 상황인데 멀쩡하게 잘 걸어다니고 말도 잘 하니... 의료진이 신기하게 생각했다. 스트레스 호르몬 때문에 혈압 유지하며 버티고 있었던 거라고 말했다. (나는 신체적으로 위기상황에 놓이는 일이 많았고, 그때마다 어떻게든 버텨냈기 때문에 이때도 이렇게 버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내가 더 버텼기 때문에 몸이 더 위험한 상태까지 온 것도 있고, 많은 날들을 이렇게 보냈기 때문에 몸이 적응되어 버렸다는 뜻이기도 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복부 CT를 찍어 장내 출혈 확인했으나 다행히 안보였고, 대사성 산증 교정 위해 입원결정이 나서 하룻밤을 응급실에서 보냈다.

위급한 순간이 넘어가자, 주변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요양원에 있다 장폐색으로 콧줄 넣어서 내용물 꺼내려다 여러번 실패해서 결국 수술 안내받은 분도 있었고.. 뇌경색?으로 눈앞이 계속 흔들리시는 분. 타병원에서 시술 거부로 골든타임을 놓쳐 고칠 방법이 없는데 세컨 오피니언 들으러 응급실로 들어오신 것으로 보였는데.. 의료진에 대한 불신으로 응급질환 임에도 불구하고 처치를 거부한 점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여생을 어떻게 살아가실까..
안색이 어두운 것으로 보아 만성 신장질환을 앓고 계시는 것으로 보이는 분. 나는 소변줄 꽂고 어기적 거리며 걸어다니는데, 너무나도 능숙하게 다니셔서 부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충수돌기염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분은 두분 있었는데 한분은 한창 일하시다가 오신 외국인 분, 한분은 특이하게 임산부분이었다. 산모가 수술해야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상급종합병원으로 오는게 좋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땐 내 상황이 얼마나 안좋은지 감이 좀 없었던 것 같다. 갑자기 수혈이라니 소변줄이라니 좀 충격은 있었지만 그전까지 지속되는 설사로 고통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뭔가 처치를 해준다는 사실에 안도를 느꼈다. (빠르고 즉각적으로 결과에 따른 처치를 시행해서 안심했고 의료진에 대한 신뢰감도 들었는데, 사실은 내가 응급으로 분류되어 그랬던 것...)
그와 동시에 외래를 세번이나 봤는데 나를 이렇게까지 방치한 담당 교수에 대한 깊은 분노감과 그에 따라 신뢰도가 0이 되어 담당의 교체를 원했으나, 그 분도 능력이 있는 분이라며 교체를 해주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계속 보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환자를 의사 실수로 이렇게 만들어 놓은 상태인데 누가 맡으려고 할까. 하는 생각이...)
그리고 그때만 해도 잘못은 좀 했지만 앞으로는 잘 해주겠지 하는 생각이여서 그 이후로도 고생을 하게될 줄 은 꿈에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