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소화기 내과 (1) 혈변, 설사, 대장내시경, 알약 장정결제, 전처치 부작용

소냥 2021. 2. 9. 22:08

열흘전, 갑자기 시작된 복통과 혈변으로 대학병원 진료를 보게 되었다.

전에 진료 봤을 때 과민성 대장으로 진단 받았었는데 혈변이나 열 등 감염의 징후가 보이면 응급실로 내원하라는 안내를 받았지만,

의사 지인에게 물어봤더니 피를 한컵씩 쏟을 정도의 쇼크 올 상황이 아니면 좀 기다려도 괜찮다고 해서 외래 진료를 보기로 결정하고 병원에 전화를 했다.

다행히 3일 뒤로 진료를 잡아주었고, 감염성 장염으로도 혈변을 볼 수 있는 균 종 (ETEC)이 있기 때문에 항생제 처방으로 지금의 상황이라도 해결해볼까 하고 근처 내과로 갔다.

그러나 변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일반적인 감염성으로 설사하는 이질 같은 질환은 물설사와 구토 열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되지 나처럼 혈변+점액질 (마치 피고름 덩어리로 보인다) 형태의 변을 보진 않는다고 하며 염증성 장질환이 의심되니 대장내시경을 권하셨다. 기왕이면 이전에 검사했던 곳에서 하는게 좋다고도 하셔서 약만 받고 상급종합병원 외래 진료를 예약했다.

염증성 장질환이라고 흔히 알고 있는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은 완치가 없고 관리해야하는 질병으로 알고 있어서 두려움에 찬 시간을 보냈다.

외래진료날, 이전에 과민성대장 변비형으로 약을 처방받은 적이 있어서 그런지 변비로 인한 혈변이라 단정짓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셨다. 하지만, 이건 예사 증상이 아니라 생각되었고 치질 등으로 인한 출혈이 아닌 피고름 형태이며 최근 6개월사이 설사가 빈번했다 이야기하니 대장내시경을 하자고 하셔서 받게 됐다.

대장내시경은 하기 전에 장 정결제를 먹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오라팡이라는 알약으로 된 형태의 정결제를 받았다. 약사 지인으로부터 최근에 병원에 깔리기 시작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약을 살펴보니 특허 받은게 2019년이니 신상이고 액체 형태의 장 정결제 먹는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 정제 형태로 먹을 수 있게 되어 감격스러웠다.

검사 전날 저녁, 당일 아침에 각각 14알씩 먹었고, 물은 2리터씩 먹었다. 코팅이 되어 있는지 위 내에서의 미식거림 등의 불편감이 적었고 물도 포카리, 토레타 등의 투명한 이온음료 섭취로 대체할 수 있다 해서 정말 편안히 먹었다. 마지막에 기포 빼는 약도 먹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검사하러 가서 검사 전에 맞는 주사를 맞았는데, 전에 이때 부스코판 이라는 위장관 운동 조절하는 약을 맞고 빈맥 (bp 120이상)이 와서 준비 다 했는데 그날 대장내시경을 못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페치딘이라는 마약성 진통제로 대체하여 투여했다. 그러나, 이 약을 맞고 나서 졸음이 쏟아지더니 내 차례가 되어 일어나야 하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축 늘어져버렸다!! 혈압과 맥박도 baseline보다 한참 올라가 있었던걸로 기억한다. 나보고 눈 뜨고 있어야 한다고 해서 억지로 눈을 뜨고, 여러명이 반복해서 나에게 증상을 물어서 졸리다고만 계속 말했던 것 같다. 잠을 못자면 그럴 수 있는지 잠 잤냐고도 물어보고. antidote를 투여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이 좀 들고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일을 겪는 동안에도 내걱정보단 동생들 걱정이 들었으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집에 와서도 그날 하루는 횡설수설했다.